과불화화합물 (Per-and polyfluoroalkyl susbtances, PFAS)은 5,000종 이상의 화합물로 구성된 그룹형 화학물질로, 물과 기름에 반발력을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방수 기능이 필요한 프라이팬, 포장 용기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어 왔다. 이 인공 화학물질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오랜 시간 분해되지 않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로 불리며 환경오염을 비롯해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과불화화합물에 노출될수록 출산율 낮아최근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과 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싱가포르 KK 여성 & 어린이 전문 병원 등이 함께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종합환경과학저널(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과불화화합물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여성의 임신과 출산 가능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5~2017년 수집한 18~45세 가임 여성 1,032명의 혈장에서 과불화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높은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1년 이내에 임신과 출산할 확률이 30~40% 낮았다. 특히 과불화화합물 구성 물질 중 하나인 퍼플루오로데칸산(Perfluorodecanoic acid)이 난임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연구진은 “임신을 계획한다면 과불화화합물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인지하고, 과불화화합물의 수치가 높은 음식 및 제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독성 화학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과불화화합물은 난임뿐만 아니라 과거에 중년 여성의 고혈압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연구팀이 45~56세 여성 1,000명의 혈중 과불화화합물 농도와 고혈압 위험을 조사한 결과, 혈중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높은 여성일수록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 과불화옥탄산(PFOA)의 농도가 상위 3분의 1에 속하는 여성은 하위 3분의 1에 속하는 여성보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각각 42%·47%가 높았다.
미국·유럽에서는 과불화화합물 퇴출 움직임, 국내는?과불화화합물의 유해성이 속속 입증되면서, 최근 유럽연합(EU)에서는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나섰다. EU 회원국인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과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등 5개국에서는 과불화화합물 규제안 초안을 마련했으며, 이후 최종안이 승인되면 2026~2027년에 과불화화합물 규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으며, “2023년까지 퇴출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생활 속 유해 물질 통합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과불화화합물, 포름알데히드 등 화학물질 총 13종의 통합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체내 총 노출량을 위해 우려가 없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불화화합물 2종인 PFOA, PFOS의 체내 총 노출량은 0.76∼1.64ng/kg bw/day로, 인체노출안전기준(PFOA): 2.94ng/kg bw/day, PFOS: 6ng/kg bw/day)보다 현저히 낮아 낮아 위해 우려가 적은 것으로 결론지은 것.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의견을 표하며, 과불화화합물 안전기준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불화화합물 노출 줄이는 방법은?과불화화합물의 노출을 피하고 싶다면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종이컵이나 일회용기, 포장 용기, 옷, 화장품, 세정제 등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에는 플루오로, 플루오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면 과불화화합물이 들어있는 것으로 의심되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프라이팬은 폴리에틸렌(PE)이 코팅된 것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불소수지가 코팅된 프라이팬은 조리하거나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할 때 날카로운 금속을 사용하면 금속코팅이 벗겨져 과불화화합물이 용출될 수 있다. 조리 시에는 부드러운 재질의 뒤집개를 사용하고, 세척 시에도 금속 수세미 대신에 부드러운 수세미와 주방 세제 등을 이용해 세척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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